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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통계가 고발하는 교육의 빈곤과 공생의 길

person ESG국가정책연구소 calendar_today 2026.10.03 11:57 visibility 조회 22

안중근 의사가 뤼순 감옥의 차가운 벽돌 너머로 남긴 유묵, '황금백만냥 불여일교자(黃金百萬兩 不如一敎子)'를 다시 들여다본다. 황금 백만 냥이 아무리 눈부신 재물이라 해도, 자식에게 세상을 살아갈 지혜를 전해주는 가르침 한마디와는 비교할 수 없다는 뼈아픈 깨달음이 담겨 있다. 다중위기의 벼랑 끝에선 지금, 우리는 과연 미래 세대에게 이 참된 가르침을 제대로 남기고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지난 25일 유네스코가 파리에서 발표한 '2026 세계교육현황보고서(Global Education Monitoring Report, GEM 보고서)'속 차가운 통계들은 우리가 얼마나 교육의 본질에서 멀어졌는지 일깨워준다.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지만, 미래를 향한 투자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고서에 따르면 2024년 현재 전 세계에서 학교 문턱조차 밟지 못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2억 7,300만 명에 달한다. 2000년부터 줄어들던 학교 밖 인구가 다시 늘기 시작해 이제 7년 연속 증가 중이라는 사실은, 전 세계 아이들 6명 중 1명이 여전히 배움에서 소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가장 부유한 계층의 청소년 100명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동안, 빈곤층에서는 겨우 13명만이 졸업장을 거머쥔다. 2000년 이후 후기 중등교육 이수율은 해마다 0.8%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고, 이런 속도라면 지구촌 전체가 95% 이수율에 도달하려면 무려 2105년이 되어서야 가능하다. '십년수목 백년수인'(나무는 10년을 보고 심고, 사람은 100년을 내다보고 기른다)이라는 옛말이 무색하게, 오늘의 맹목적인 부의 집적과 기형적인 불평등이 미래 세대의 기반까지 흔들고 있다.

이런 슬픈 불평등은 먼 나라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보편적 교육이 실현된 대한민국서도, 사교육비의 폭증과 부모의 경제력이 학벌을 좌우하는 또 다른 형태의 불평등이 만연하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우리 아이들이 과연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하는 교육의 적합성 문제다. 기후 변화가 당장 생존까지 위협하는 시대지만, 세계 50여 개국의 교육과정에서는 기후변화나 생물다양성 같은 주제가 여전히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한국 역시 명문대 진학을 향해 줄달음치는 교육 현실 탓에,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구 공동체를 살릴 생태적 세계관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앞으로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다운 힘을 잃은 기계적 기능인을 기르는 낡은 공장과 다를 게 없다.

지속가능발전목표가 그저 문서 속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교육부터 앞장서서 인간과 자연, 그리고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생의 철학을 심어줘야 한다. 과거 산업사회에 맞춰진 일방적 지식 주입식 교육은 더는 힘을 잃었다. 성적 중심의 경쟁을 넘어, 다가올 위기에서도 서로를 지켜낼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지속가능발전교육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유엔이 약속한 2030년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2024년 현재 세계 공공 교육 예산 중앙값은 GDP의 4.2%로 2010년보다 오히려 줄었고, 기초 교육에 대한 공적개발원조 역시 전년 대비 16%나 감소했다.

망양보뢰(亡羊補牢),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쳐서는 안 된다. 특히 교육의 힘으로 전쟁의 잿더미에서 희망을 일궈낸 대한민국은 더 큰 책임감을 짊어져야 한다. 국내의 무한 경쟁 중심 교육을 공생의 교육으로 혁신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의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글로벌 연대에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 수백만 냥의 황금은 창고에 갇혀 언젠가 빛을 잃겠지만, 아이들의 가슴에 심어준 공감과 연대의 가르침은 세상을 구하는 영원한 빛이 된다. 번쩍이는 경쟁의 트로피 대신, 진정한 인간다움을 회복하고 곁에 있는 이를 끌어안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물려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벼랑 끝에 선 이 시대에 우리가 아이들에게 전해주어야 할 참된 '황금백만냥 불여일교자'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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