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WOOSUK UNIVERSITY ESG국가정책연구소

충청일보

계절이 흔들릴 때, 지자체는 무엇을 함께 바꿀 것인가

person ESG국가정책연구소 calendar_today 2026.10.03 11:55 visibility 조회 10

요즘 계절은 달력보다 먼저 움직인다. 봄이 채 끝나기 전에 폭염이 들이닥치고, 짧고 거센 비가 도로와 삶의 리듬을 한꺼번에 흔든다.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오염이 겹친 ‘삼중 행성 위기’는 빙하가 녹는 북극의 먼 풍경이 아니라 우리 동네의 불안한 체온이 되었다.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 유엔 환경계획(UNEP), 아시아개발은행(ADB)가 펴낸 '아시아태평양 시너지 보고서 2026'의 수치는 무겁다. 현재 속도라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진척 격차를 메우는 데 32년이 더 걸린다.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지표도 심각하다. 대기오염이 가장 심한 세계 20개 도시 중 19개가 아시아에 있고, 대기오염 관련 사망의 70%가 이 지역에서 발생한다. 세계 도시들은 온실가스 배출의 약 70%를 차지하지만, 동시에 복합 위기의 해법을 실행할 핵심 공간이기도 하다.

보고서가 강조하는 ‘시너지’는 여러 사업을 한데 묶는 행정 구호가 아니다. 잘 설계된 대중교통 정책이 탄소와 대기오염을 줄이고, 어르신의 병원 접근성을 높이며, 지역 상권에도 도움을 주도록 정책의 효과를 함께 살피는 방식이다. 성과와 예산이 따로 움직이면 한 부서가 만든 편익을 다른 부서가 지워버릴 수 있다.

충북은 이 전환을 남의 도시 이야기로 돌릴 수 없다. 산업단지와 교통망이 교차하는 청주, 호수와 하천을 품은 충주, 산림과 관광이 어우러진 제천, 고령화와 마주한 농촌 지역은 단절된 공간이 아니라 식량, 물, 에너지를 주고받는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돼 있다. 획일적인 지표보다 도농복합지역인 충북의 조건과 위험을 반영해 목표를 다시 짜야 한다. 도는 공통 방향과 데이터 기준을 세우고, 시·군은 주민의 언어로 목표를 구체화해야 한다.

시민도 설문조사의 응답자에 머물러선 안 된다. 햇볕이 내리쬐는 버스정류장과 비가 오면 물이 차는 골목의 사정은 상인과 통학생, 주민들이 가장 먼저 안다. 주민의 생활 경험과 행정 데이터가 만나야 SDGs가 골목의 변화로 이어진다. 대학과 연구기관도 지역 문제를 함께 해석하는 지식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주요 예산 심의에는 탄소 감축뿐 아니라 도민의 건강, 생태계 회복, 취약계층의 편익을 함께 기록해야 한다. 도로 확장이 대기 질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 도시숲이 폭염과 건강 부담을 얼마나 줄이는지 사전에 따져야 한다. 부서별로 흩어진 데이터도 시민이 읽고 참여할 수 있는 공개 지표와 지도로 바꾸어야 한다.

SDGs의 현지화는 흩어진 정책과 예산을 하나의 방향으로 엮는 일이다. 충북이 ‘따로 잘하는 행정’에서 ‘함께 효과를 내는 행정’으로 옮겨갈 때, 시너지는 우연이 아니라 도민의 삶을 지키는 굳건한 행정의 설계가 된다. 흔들리는 계절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충북의 내일은, 바로 이 정교한 설계에서 시작될 것이다.

https://www.ccdail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433591


출처: /b/chchxb/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