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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기후 위기, 푸른 행성과 미래 세대의 안부를 물어야 할 시간

person ESG국가정책연구소 calendar_today 2026.10.03 11:52 visibility 조회 10

어김없이 찾아오던 계절의 순환은 오랜 세월 농부의 든든한 달력이자 시인들이 읊어온 운율이었다. 하지만 이제 봄을 알리는 아지랑이나 가을 서리는 낭만이 아니다. 오히려 생존을 위협하는 파괴적 징후로 돌변했다.

최근 세계기상기구(WMO)가 내놓은 보고서는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행성이 걷잡을 수 없는 깊은 열병에 빠졌음을 차갑게 증명한다. 태양과 지구가 나누던 수십억 년의 정교한 호흡이 인간의 끝없는 탐욕 탓에 결국 끊어지고 만 것이다.

우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혀버린 거대한 열기는 대체 어디로 향했을까. 대기를 뜨겁게 달궈 1.43도의 기온 상승을 부른 것은, 실상 지구에 갇힌 잉여 에너지의 단 1%가 빚어낸 결과에 불과하다. 나머지 91%의 막대한 불길은 말없이 출렁이는 바다가 온몸으로 삼켜냈다.

지표면이 잿더미가 되는 것을 막아준 푸른 심연의 헌신 덕분에 우리는 잠시 유예된 평온을 누렸을 뿐이다. 그러나 묵묵히 견디던 바다도 한계점을 넘었다. 마침내 끓어오르기 시작한 바다는 거친 슈퍼 태풍과 해양 폭염이 되어 연안의 생태계와 농경지를 잔인하게 할퀴고 있다.

지구의 체온을 조절하던 하얀 거울, 극지방의 빙하 역시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다. 빙하의 눈물은 단순히 해수면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기 대순환의 흐름마저 뒤틀어버려 전 세계 주요 곡창지대를 바짝 말려버렸다. 메마른 땅에 엎드려 씨앗을 품는 농부들의 타들어 가는 한숨은 곧 밥상 물가의 폭등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자연의 고통은 고스란히 인간의 살갗 위로 번진다. 뙤약볕 아래 그늘 한 점 없는 들녘과 공사장에서, 전 세계 12억 명에 달하는 야외 노동자들은 숨통을 조이는 열 스트레스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온난화의 틈을 타고 온대 지방까지 맹렬하게 북상한 낯선 모기들은 인류의 보건 시스템마저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지구는 조상에게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서 잠시 빌려 쓰고 있을 뿐이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이 오랜 격언은 맹목적 성장에 매달려 온 우리 세대의 오만에 서늘한 비수를 꽂는다. 그러나 유네스코 보고서를 들여다보면 참담하다.

전 세계 50여 개국의 교실에서는 당장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변화조차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지구가 보내는 붉은 점멸등 앞에서도 아이들은 자신들이 살아내야 할 유일한 집이 불타는 줄 모른 채, 그저 성적과 경쟁이라는 낡은 수레바퀴 속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제는 경제 성장만을 맹신하던 앙상한 숫자의 환상에서 깨어나야만 한다. 만물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그물망으로 이어져 있다는 ‘생명의 연대(連帶)’를 깨닫고 실천할 때다. 파괴된 대지를 치유하고 지속가능한 내일을 엮어내는 법을 교실과 흙먼지 날리는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증명해야 한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잠시 빌려온 이 푸른 행성의 안부를 다정하고도 엄중하게 물어야 할 시간이다. 벼랑 끝에서 울리는 기후의 사이렌 앞에서의 침묵은, 곧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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