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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보고서

[우석대학교 이창언 교수의 ESG 정책 분석]①K-녹색 대전환(K-GX), 기후 자본 시대의 생존 전략

person ESG국가정책연구소 calendar_today 2026.05.18 03:57 visibility 조회 21

거시경제적 관점에서의 2035 NDC와 자본 조달의 당위성

지난 2월 25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개최된 '제4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는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자원 배분 메커니즘이 기후 리스크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대한 정책적 이정표다. 해당 회의에서 금융위원회는 산업통상자원부,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총 790조 원 규모의 기후금융을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공급하는 ‘기후금융 활성화 방안’을 확정했다.

이 수치는 기존에 발표됐던 기후위기 대응 지원 계획인 420조 원(2024~2030년) 대비 기간과 규모가 대폭 확대된 것이다. 이러한 거시적 자본 확충의 이면에는 한국 정부가 새롭게 확정한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자리하고 있다. 2018년 대비 53~61%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 새로운 NDC는 국내 산업계에 매우 가파른 탄소 감축 경로를 요구한다.

경제 구조적 측면에서 볼 때, 제조업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28.7%에 달하고 화석에너지 의존도가 61%에 이르는 한국의 현실에서 개별 기업의 잉여 현금흐름만으로 저탄소 공정 전환을 이룩하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다. 철강업계의 수소환원제철 공정 도입이나 석유화학 업계의 친환경 원료 전환 등은 기존 설비의 매몰 비용(Sunk Cost) 처리를 수반하며 막대한 초기 자본지출(CAPEX)을 동반한다. 이는 시장의 자발적 기능에만 맡겨둘 경우 과소 투자가 발생하는 전형적인 시장 실패(Market Failure)의 영역에 해당한다.

이억원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통해 기후 등 ESG 요소에 대한 대응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수적임을 지적하며, "단기에 가시적인 투자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공공 주도로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 대목은 바로 이러한 산업적 특수성을 정확히 짚어낸 것이다. 즉, 규제 중심의 소극적 기후 대응에서 벗어나, 국가 주도의 '생산적 금융'을 통해 민간 금융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고 실물경제의 체질을 구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정책 당국의 의지 표명이다.

자본 배분 구조의 전략적 선회 : 비수도권 및 중소기업 집중

이번 정책 발표에서 실무적으로 가장 깊이 있게 분석해야 할 부분은 자본의 양적 팽창 그 자체가 아니라 '배분의 구조적 선회'에 있다. 정부는 신규 기후금융 재원의 50% 이상을 비수도권 지방에, 70% 이상을 중소·중견기업에 집중 투입하겠다는 원칙을 명시했다. 이는 그간 수도권과 소수의 대기업에 편중돼 온 자본 쏠림 현상을 시정하고,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의 개념을 실질적인 자본 배분 지침으로 구현한 의미 있는 조치다.

현재 다배출 산업단지가 밀집한 비수도권 지역의 중소 협력사들은 심각한 자금 조달의 병목 현상에 직면해 있다. 자체 신용도를 바탕으로 녹색 채권(Green Bond)을 발행하거나 대규모 글로벌 투자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공급망 하단에 위치한 중소기업은 녹색분류체계(K-Taxonomy)에 부합하는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기획하고 1금융권의 대출 심사를 통과할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글로벌 탄소 규제의 압박이 원청 기업을 넘어 공급망 전반으로 확대되는 현시점에서, 이들 지역 기반 중소기업의 탄소 저감 역량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산업 생태계 전반의 병목이 발생한다. 최종재를 수출하는 대기업의 탄소 경쟁력 역시 하청 업체의 부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에 종속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790조 원 중 550조 원 안팎이 중소·중견기업으로, 약 400조 원 이상이 비수도권으로 향하는 이번 배분 계획은 단순한 지역 균형 발전 차원의 분배가 아니다. 이는 철강, 화학, 자동차 부품 등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모세혈관인 지역 기반 공급망 전체의 기후 리스크 방어력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자원 재배치로 평가해야 한다.

향후 과제 : 효과적인 자본 집행을 위한 모니터링 체계 구축

다만, 이 거대한 자본이 본래의 목적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설계만큼이나 실행 단계에서의 정교한 관리가 요구된다. 790조 원의 정책 자금이 단순한 저금리 대환 대출이나 기업의 일상적인 운영 자금으로 전용되지 않도록, 자금의 집행 요건을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효과'와 연동하는 엄격한 심사 기준이 필요하다.

금융 당국과 정책금융기관은 자금을 지원받는 중소기업들이 명확한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투명하게 보고할 수 있도록 돕는 실무적 가이드라인을 촘촘하게 설계해야 한다. 정책의 방향성이 옳게 설정된 만큼, 이제는 현장에서 이 자본이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 저감과 비즈니스 모델 전환으로 이어지는지 교차 검증하는 시스템을 안착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SDG 뉴스 = 이창언 우석대학교 부교수, 우석대 ESG 국가 정책연구소 소장

출처 : SDG뉴스(http://www.sdg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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