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대학교 이창언 교수의 ESG 다가서기】(中) 2026년, 정치화된 ESG의 한계선과 새로운 질서
텍사스 연방법원의 위헌 판결은 반(反)ESG 흐름에 제동을 걸었지만, 기업들이 마주한 현실은 여전히 복잡하다. 오히려 우리는 지금 규제 파편화(Regulatory Fragmentation)가 구조화되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미국은 헌법상 단일 연방국가이지만, ESG 영역에서는 사실상 다중 규범 질서가 충돌하는 ‘파편화된 연방주의(Fragmented Federalism)’의 실험장이 됐다. 텍사스와 같은 일부 주가 정치적 이유로 ESG를 제한하려다 법원의 제동에 걸린 동안, 뉴욕과 캘리포니아는 기후 공시 의무화와 배출 데이터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다.
뉴욕의 온실가스 보고 체계는 시설 단위(facility-level) 데이터의 표준화와 제3자 검증을 요구한다. 이는 ESG 데이터를 서술적 내러티브에서 규제 입력값(regulated input)으로 전환시키는 결정적 변화다. 반면 캘리포니아의 SB 253과 SB 261은 기업 단위의 스코프 1·2·3 배출량 공개를 요구하며 공급망 전반을 재설계하도록 압박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ESG가 ‘보고 의무’가 아니라 신용 등급과 보험료를 결정하는 ‘가격 신호(Price Signal)’로 변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의 브뤼셀 효과(Brussels Effect)가 결합된다. EU는 공급망 실사 지침(CSDDD), 메탄 규제 등을 통해 ESG 규범을 글로벌 표준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EU 시장 접근을 원하는 기업은 본사가 어디에 있든 EU의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미국 기업이라도 유럽의 기준을 따르지 않으면 공급망에서 배제되는, 이른바 ‘규제 제국주의’적 성격의 역외 규제 확장(Extraterritorial Regulatory Expansion)이 현실화된 것이다.
이제 기업은 이중 구속(Double Bind) 상황에 놓인다. 한편에서는 보수적 주 정부의 정치적 압력을 관리해야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글로벌 시장 접근을 위해 엄격한 ESG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정책 충돌이 아니라, 거버넌스의 재편(Governance Reconfiguration)이다. ESG는 이제 환경이나 사회 문제를 넘어, 연방주의, 산업정책, 에너지 안보가 교차하는 전략적 영역이 됐다.
2026년의 ESG 환경은 통합이 아닌 분화의 시대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 혼란 속에서도 생존을 위해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와 같은 글로벌 표준을 ‘공통분모’ 삼아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정치가 분열을 만들고 있지만, 자본은 ‘호환 가능한 데이터’를 통해 다시 질서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SDG뉴스 = 이창언 우석대학교 부교수/우석대 ESG 국가 정책연구소 소장
출처 : SDG뉴스(http://www.sdg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