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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선거구만 키운다고 지방정치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person ESG국가정책연구소 calendar_today 2026.10.03 11:41 visibility 조회 12

지방정치의 다양성을 키우기 위해서 기초의원 선거에서 3인 이상 선거구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다. 한 선거구에서 두 명만 선출하는 구조보다 세 명 이상을 선출할 때 유권자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소수정당과 정치 신인이 진입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구의 크기만 바꾸면 지방정치의 다양성이 저절로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선거구제 개혁은 출발점이지 종착점이 아니다.

제4회부터 제9회까지 기초의원 지역구 선거를 분석한 결과, 전체 6,204개 선거구 가운데 2인 선거구는 3,519개로 56.7%를 차지했다. 3인 선거구는 2,455개, 4인 선거구는 217개였고 5인 선거구는 13개에 불과했다. 기초의원 중선거구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두 명을 뽑는 소선거구제에 가까운 구조가 절반을 넘는 셈이다.

선거구가 커질수록 정치적 다양성이 확대되는 경향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더불어민주당계와 국민의힘계를 제외한 정당 또는 무소속 당선자가 포함된 선거구의 비율은 2인 선거구에서 22.5%였지만, 3인 선거구에서는 33.3%, 4인 선거구에서는 54.8%로 높아졌다. 적어도 3·4인 선거구가 제3당과 무소속 후보에게 더 넓은 진입 공간을 제공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선거구 확대만으로 양당 독점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기간 기초의원 지역구 당선자 1만5,336명 가운데 민주당계는 6,397명, 국민의힘계는 6,891명이었다. 두 계열을 합하면 1만3,288명으로 전체의 86.7%다. 제3당은 813명, 무소속은 1,235명에 그쳤다. 선거구가 커져도 거대정당이 복수의 후보를 공천하면 늘어난 의석을 양당이 다시 나눠 가질 수 있다.

무투표 당선 통계는 문제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제4~9회 기초의원 지역구에서 확인된 무투표 선거구는 344곳, 당선자는 724명이었다. 이 가운데 2인 선거구 당선자가 618명으로 85.4%를 차지했다. 무투표 당선자의 99.6%는 민주당계와 국민의힘계였으며, 무투표 2인 선거구의 78.0%가 두 정당에서 한 명씩 당선되는 구성이었다. 주민이 선택하기 전에 정당의 공천과 후보 조정으로 사실상 결과가 정해진 선거가 적지 않았다는 뜻이다.

따라서 개혁은 네 방향으로 함께 추진돼야 한다.

첫째, 2인 선거구를 줄이고 3인 이상 선거구를 원칙으로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4인 선거구를 다시 2인 선거구 두 곳으로 쪼개는 관행을 막아야 한다. 선거구 획정 과정과 판단 근거도 주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둘째, 지역정당의 제도적 진입로를 열어야 한다. 전국 단위 의제와 중앙정치의 대립만으로는 교통, 돌봄, 골목상권, 환경, 지역소멸과 같은 생활 문제를 충분히 대변하기 어렵다. 특정 지역에서 활동하고 그 지역 주민에게 책임지는 정당이 지방선거에 참여할 수 있어야 유권자에게 실질적인 선택지가 생긴다.

셋째, 지방자치 인재를 선거 직전에 찾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당과 지방정부, 시민사회가 함께 청년·여성·직능인·지역 활동가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예산·조례·행정감사·갈등조정 능력을 교육해야 한다. 좋은 후보는 선거철의 영입 발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역에서 경험을 쌓고 검증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정치 인재 육성 체계가 필요하다.

넷째, 공천의 투명성과 주민 참여를 강화해야 한다. 심사 기준과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밀실 심사와 특정 인사의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 주민참여 경선, 공개 면접, 후보자 토론회와 공천배심원제 등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주민에게 후보를 선택할 권리만 주는 것이 아니라, 후보가 결정되는 과정에 참여할 권리까지 보장해야 한다.

3인 이상 선거구 확대는 지방정치 개혁의 중요한 문을 연다. 그러나 그 문 뒤에 지역정당도, 준비된 인재도, 투명한 공천도 없다면 넓어진 자리는 다시 양당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선거구제 개혁과 정당제도 개혁, 인재 육성, 주민 참여가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지방선거는 정당이 정한 사람을 승인하는 절차가 아니라 주민이 지역의 미래를 선택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 아래 그래프는 기초자치단체별 지역구 기초의원 통계를 광역별로 합산한 통계를 그린 것이다, 서울, 경기, 인천 등 민주당계와 국민의힘계가 비슷한 비율로 양분한고 있고 지역별로 한당의 편중 현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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