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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사람이 머무는 데는 이유가 있다 - 충북 인구정책, 숫자 다음을 묻다

person ESG국가정책연구소 calendar_today 2026.10.03 11:58 visibility 조회 14

사람은 숫자 때문에 이사하지 않는다. 출근길이 너무 길거나, 아이가 다닐 학교를 찾기 어렵거나, 부모가 아플 때 가까운 병원이 없어서 떠난다. 반대로 일터가 있고 집이 있고, 아이를 맡길 곳과 저녁에 만날 사람이 있으면 한 지역에 삶의 시간을 쌓는다. 인구정책을 숫자로 시작할 수는 있지만 숫자에서 끝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인구사회학은 지역 인구의 변화를 출생과 사망에 따른 '자연증감', 전입과 전출에 따른 '사회증감'으로 나누어 본다. 충북의 문제는 이 두 흐름이 시·군마다 다르게 나타난다는 데 있다. 청주와 산업도시, 북부권 거점도시, 농산촌을 하나의 처방으로 묶기 어렵다. 충북에는 하나의 인구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인구문제가 함께 존재한다. 도 차원의 방향은 같아도 시·군의 처방은 달라야 한다.

최근 지표에는 반가운 변화도 있다. 2025년 충북의 합계출산율은 0.96명으로 전남 1.09명, 세종 1.06명에 이어 전국 세 번째였다. 전년보다 0.08명 올랐고 출생아 수도 9.1% 증가했다. 그러나 합계출산율은 그해의 연령별 출산율을 합산한 '기간지표'다. 한 해의 반등을 곧바로 장기적인 인구재생산의 회복으로 읽는 것은 이르다. 아이가 태어난 뒤 교육과 돌봄, 주거와 의료 때문에 가족이 떠난다면 출생의 증가는 지역의 지속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진천의 경험은 이 지점을 잘 보여준다. 진천은 2025년까지 19년 연속 주민등록인구가 증가했다. 기업과 일자리, 주택이 사람을 끌어들인 성과였다. 그런데 지난 4일 열린 생거진천 미래포럼에서는 질문이 달라졌다. '몇 명을 더 데려올 것인가'보다 '진천에서 일하는 사람이 왜 진천에 살지 않는가'를 물었다. 유입에서 정착으로, 인구 규모에서 삶의 질로 시선을 옮긴 것이다.

이 질문은 충북 전체에 유효하다. 이제 인구정책은 출산, 청년, 고령자를 따로 관리하는 방식에서 한 사람의 '생애과정'을 따라가야 한다. 취업과 주거, 결혼과 출산, 돌봄과 교육, 중장년의 일자리, 고령기의 의료와 이동은 실제 삶에서는 떨어져 있지 않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지원사업의 개수보다 "이곳에서 10년 뒤의 나를 그려볼 수 있다"는 예측 가능성이다.

외국인을 보는 시선도 바뀌어야 한다. 2025년 9월 충북의 체류 외국인은 8만416명, 전체 인구의 4.81%였다. 이미 지역의 공장과 대학, 상점과 학교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필요한 노동력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주거, 언어, 의료, 자녀교육과 지역사회 참여를 잇는 정착정책이 필요하다. 사람이 머무는 데는 일자리 외에도 관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성과를 재는 자도 달라져야 한다. 주민등록인구만이 아니라 법정 개념인 '생활인구'를 활용하고, 청년의 3년·5년 정착률, 관외 통근자의 정주전환율, 의료·돌봄·교통 접근성, 생활만족도도 함께 봐야 한다. 무엇을 측정하느냐가 결국 행정이 무엇을 보게 할지를 결정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과 지역이 쇠퇴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사람이 조금 줄어도 필요한 서비스를 누리고, 서로 관계를 맺으며, 다음 세대가 이곳에서 살아갈 이유를 찾는다면 지역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충북의 다음 인구정책은 사람을 얼마나 많이 불러왔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머물 이유를 만들었는가를 물어야 한다. 몇 명인가에서 어떤 삶인가로. 이제 충북이 던져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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