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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물결에 비친 넥서스, 자연을 관계로 읽는 법

person ESG국가정책연구소 calendar_today 2026.10.03 11:58 visibility 조회 17

대청호의 물은 행정구역을 모르고 흐른다. 상류의 숲과 농경지에서 시작된 변화는 하천을 타고 호수로 흘러든다. 그 물은 다시 생활용수와 농업, 산업과 생태계를 하나로 잇는다. 이처럼 자연은 연결되어 있는데, 물을 따로 보고 숲을 따로 떼어놓고 본다면 우리는 늘 문제의 절반밖에 보지 못한다.


최근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유엔환경계획(UNEP)·아시아개발은행(ADB)이 공동 발간한 『아시아태평양 시너지 보고서 2026』은 아태지역이 세계 36개 생물다양성 핫스팟 가운데 17개를 품고 있다고 밝힌다. 그러나 평가된 종의 약 4분의 1은 높은 멸종 위험에 처해 있으며, 1990년부터 2020년 사이 자연적으로 재생되던 숲 약 2,500만 헥타르가 사라졌다. 세계 맹그로브의 절반가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20세기 후반 이후 세계 맹그로브 손실의 60% 이상이 이 지역에서 발생하기도 했다. 풍요와 훼손이 한 공간에 위태롭게 겹쳐 있는 셈이다.


 보고서가 제시한 핵심 해법 가운데 하나가 '자연긍정 넥서스(Nature-Positive Nexus)'다. 생물다양성, 물, 식량, 건강, 기후를 따로 떼지 않고 함께 보는 방식이다. 식량 생산만 늘리면 수질과 산림이 나빠질 수 있고, 탄소감축 사업도 입지와 추진 방식에 따라 생태계와 주민에게 새로운 부담을 줄 수 있다. 넥서스는 이런 충돌을 미리 살피고, 한 정책이 여러 편익을 만들도록 설계하는 접근이다.


 보고서는 두 사례를 소개한다. 스리랑카는 장기 수문자료와 주민 참여를 결합해 농업용수·수력발전·식수·홍수관리 사이의 계절별 물 배분계획을 조정했다. 일본 사도섬은 따오기가 살아갈 논의 생태를 지키는 농가에 '따오기 공생형 쌀 인증'과 직접지불제를 연결했다. 쌀 생산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잇고, 인증 쌀의 가격 차별화를 통해 농가 소득을 뒷받침한 것이다. 자연을 지키는 일이 생산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생산 방식을 바꾸는 일임을 보여준다.


 보고서의 '자연미래프레임워크(NFF)'도 눈여겨볼 도구다. 이는 자연의 가치를 인간에게 주는 효용만으로 보지 않고, 자연 그 자체의 내재적 가치와 인간과 자연이 맺어온 관계의 가치를 함께 탐색하는 시나리오 모형이다. 필자는 이 관점이 만물을 고립된 개체가 아니라 서로 기대어 사는 관계로 이해해 온 동아시아 생명사상과 깊이 공명한다고 본다.


 대청호와 충주호를 품은 충북에 넥서스는 낯선 말이 아니다. 물을 지키는 일은 농업과 도민의 건강, 산림과 지역경제를 함께 지키는 일이다. 충북도와 시·군은 개발계획과 환경계획을 따로 세워서는 안 된다. 유역·산림·농업·에너지 데이터를 한자리에 놓고 사업의 편익과 위험을 함께 따져야 한다. 시·군 간 협의와 더불어 주민의 참여권과 정보 접근권도 보장해야 한다. 데이터는 연결을 보여주고, 거버넌스는 그 연결을 결정으로 바꾼다.


 충북의 주요 개발·재정사업에 물·식량·에너지·생물다양성의 영향을 함께 점검하는 '넥서스 검토표'를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단순히 총점을 매기기보다 어떤 편익이 생기고, 어떤 집단이 부담을 떠안는지 기록해야 한다. 상충을 숨기지 않아야 제대로 조정할 수 있다.


 지역생물다양성전략 수립도 서둘러야 한다. 수질과 탄소, 서식지, 먹거리, 주민 건강을 함께 살피는 지표가 필요하다. 주민과 함께 자연기반해법을 공동 설계하는 정책실험실을 운영하고, 생태계를 지키는 농림업 활동에는 합당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


 물결은 경계를 나누지 않는다. 충북의 정책도 그렇게 이어져야 한다. 자연은 개발 뒤에 남는 공간이 아니라, 미래 세대와 함께 써야 할 삶의 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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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b/chbxb/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