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대 이창언 교수 'K-SDG 이행보고서 2026' 해설]④ SDG 이행보고서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VNR의 과제
국가데이터연구원이 펴낸 이번 보고서는 찬사 일색의 국정 홍보물이 아니라, 국가 통계가 지녀야 할 객관성과 윤리성을 보여준다. 71개의 SDG 지표를 활용해 성별, 연령, 소득, 지역 등 취약계층을 세분화해 분석함으로써 은폐된 불평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점은 큰 장점이다. 또한, 통계적 수치를 총허용어획량(TAC)이나 공해 해양생물다양성(BBNJ) 협정 등 구체적 정책 맥락과 연계해 실효성을 높였다.
그러나 뚜렷한 한계도 존재한다. 기후변화(목표 13)나 성평등(목표 5), 평화 및 정의(목표 16) 분야의 세부 데이터 가용성은 여전히 부족하며, OECD 국가 간 비교에 있어 최신 통계의 시차 문제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불완전한 거울은 우리가 무엇을 고쳐야 할지 명확히 비추고 있다.
'한국의 SDG 이행보고서 2026'가 나열한 숱한 통계들은 우리 사회에 준엄하게 묻고 있다. '단 한 사람도 뒤처지지 않게 한다(Leave No One Behind)'는 지속가능발전(SDG)의 대원칙은 대한민국에서 온전히 실재하고 있는가. 혁신과 성장의 과실이 파편화된 갈등을 봉합하고 차별 없이 분배되는 포용적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구조적 전환이 수반돼야 한다.
올해 국무조정실을 주축으로 준비 중인 자발적 국가보고서(VNR)는 그저 우리가 쌓아 올린 경제적 성취와 혁신 지표를 과시하는 진열장이 돼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빛나는 숫자 뒤에 가려진 상처들을 어떻게 치유하고, 우리 사회를 포용과 회복력의 생태계로 재편할 것인지 묻는 치열한 성찰의 기록이자 이행 서약서여야 마땅하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궁극적인 지향점은 다름 아닌 '공생(共生)'이다. 단 한 사람도 소외시키지 않겠다는 지속가능성의 철학을 우리의 현실 속에서 구체적인 제도의 언어로 번역해 내는 작업이 시급하다.
그 실천은 공간과 계층의 단절을 허무는 섬세한 인프라 투자에서 시작돼야 한다.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삶을 지탱할 공적이전소득을 현실화하고, 숨 막히는 수도권 임대시장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내는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절실하다. 나아가 돌봄을 오롯이 여성의 '그림자 노동'으로 방치해 온 낡은 관성도 타파해야 한다. 돌봄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정당하게 평가하고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남녀 모두가 일과 삶의 균형 속에서 공생하기 위한 노동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작업이다.
이와 함께 폭염과 폭우의 최전선에 무방비로 놓인 이들을 지켜낼 '기후 정의(Climate Justice)'가 곧바로 세워져야 한다. 빈곤층을 위한 단열 인프라 지원과 기후 적응 예산의 확충은 단순한 환경 정책을 넘어선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생명 보호 윤리다.
마지막으로 굳게 닫힌 민주주의의 문을 열어, 정치적 무력감에 빠진 소외 계층의 목소리가 입법과 행정의 한가운데로 닿을 수 있도록 숙의의 통로를 복원해야 할 때다. 밖으로는 보여주기식 ODA 확대를 넘어, 안으로는 우리 곁의 외국인 노동자와 난민에게 진정성 있는 법적 포용을 제공해야 비로소 우리는 국제사회 앞에 당당한 공생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성장을 증명하는 화려한 숫자 이면에 웅크린 사람들의 고통을 직시하고, 그 상처를 제도의 온기로 보듬을 때 우리는 비로소 차별과 불균형의 낡은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다. 다가오는 이번 VNR이 단순한 행정적 보고를 넘어, 대한민국이 진정한 포용과 공생의 세상으로 도약하겠다는 위대한 전환의 선언문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SDG뉴스 = 이창언 우석대 글로벌문화경영학부 부교수/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
출처 : SDG뉴스(http://www.sdg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