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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언 우석대 교수의 ESG 시대⑨] 일터의 안전과 노동 인권을 말하다: 산업안전보건 규제 강화에 따른 기업의 책임과 예방 전략

person ESG국가정책연구소 calendar_today 2026.10.03 10:59 visibility 조회 14

일터에서 발생하는 유해인자와 위험 요인은 노동자의 신체적 안전뿐만 아니라 보건과 정신건강 영역 전반에 걸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오늘날 전 지구적 재난으로 부상한 기후위기는 결코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평등하게 다가오지 않으며, 기존의 취약한 구조적 사각지대를 폭력적으로 파고든다. 

이반 일리치(Ivan Illich)가 경제적 생산 시스템을 지탱하지만 화폐 가치로 환산되지 않는 여성의 가사 활동을 ‘그림자 노동(Shadow Work)’으로 명명했듯, 현대의 생태적 위기는 이 가려진 노동의 무게를 한층 더 가혹하게 짓누르고 있다. 기후변화라는 환경(E) 리스크가 노동자의 안전보건이라는 사회(S) 영역의 불평등, 그리고 젠더 억압 구조와 결합할 때, 우리는 이를 ‘교차성 페미니즘(Intersectional Feminism)’의 관점에서 한층 더 정교하게 해부해야 한다.

유엔여성기구(UN Women)의 최신 정책 분석에 따르면 기후위기는 성중립적인 재난이 아니며, 사회 전반의 구조적 취약성을 극단적으로 증폭시키는 위협 증폭기(Threat Multiplier)로 작동한다. 기상 이변으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만성적인 자원 고갈이 심화될수록, 전 세계 무급 돌봄 노동의 절대다수를 짊어지고 있는 여성들의 그림자 노동 강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치솟는다. 

대한민국의 실상 역시 이를 고스란히 증명한다. 통계청 자료를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 진단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무급 가정 관리와 가족 돌봄 시간은 남성에 비해 무려 2.8배에 달하는 일상의 11.5%를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맞벌이 가구나 여성이 경제활동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대등한 구조 하에서조차 가사노동의 굴레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훨씬 무겁게 지워져 있다. 

이러한 돌봄 Burden의 누적은 여성이 안전하고 고도화된 공식 노동시장으로 진입하고 숙련을 형성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바리케이드가 된다. 나아가 열악한 영세 하청 사업장에서 중대산업재해나 만성 직업성 질병이 발생했을 때, 그 사후 간병과 생계 수습의 고통 역시 압도적으로 가정 내 여성들의 몫으로 전가된다. 

이는 노동자의 건강권 부재가 어떻게 성별 분업 불평등을 고착화하고 가족 전체의 삶을 빈곤의 늪(SDG 1)으로 침전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지독한 인과관계다. 따라서 ESG 경영 전략 하의 산업보건체계 재설계는 단순히 사업장 내부의 수치 관리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기업이 가치사슬 전체의 안전보건 인프라를 확충하고, 여성 노동자가 다수 포진한 서비스 및 보건의료 업종의 심리사회적 위험과 감정노동 강도를 정량적으로 공시·관리할 때, 비로소 생태적 전환은 성평등(SDG 5)과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으로 나아갈 수 있다.


SDG뉴스 = 이창언 우석대 교수/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ESG 코리아 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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