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언 우석대 교수의 ESG 시대⑧] 일터의 안전과 노동 인권을 말하다: 산업안전보건 규제 강화에 따른 기업의 책임과 예방 전략
국제노동기구(ILO)의 실태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산업 현장에서 개별 노동자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것은 구조적인 장벽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위태로운 작업 환경을 목격하더라도 고용 불안정이나 사측의 치졸한 보복, 혹은 해고의 공포 때문에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는 현실은 노동권의 심각한 훼손을 의미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은 그의 저서 '자유로서의 발전'을 통해 경제 성장의 진정한 목적은 단순한 소득 증가가 아니라, 인간이 가치 있다고 믿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실실적인 자유와 역량(Capabilities)’의 확장에 있다고 역설했다.
이 역량 이론의 관점에서 볼 때, 진정한 산업안전보건은 노동자에게 부당한 위험에 직면했을 때 자신의 신체적 안녕을 지키기 위해 작업을 멈출 수 있는 실질적인 주체성과 권력을 복원해 주는 과정이어야 한다.
대한민국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는 노동자에게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인식조사에 따르면 노동자의 80.5%가 작업중지권의 산재 예방 효과를 높게 체감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최근 1년 이내에 작업중지권을 실제로 행사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노동자의 무려 83.1%가 “사용한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자본과 인프라가 풍부한 대기업과 달리, 구조적으로 열악한 하청 및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작업중지로 인한 협력업체의 비용 손실과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 압박이 고스란히 노동자 개인의 생계 위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제도는 존재하지만 실질적 역량은 작동하지 않는 모순이 발생하는 지점이다.
이러한 현장의 단절을 극복하기 위해 2026년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 및 근로자대표,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의 작업중지 요청권을 대폭 강화했다. 사업주에게 작업중지 요청이 접수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즉각 작업을 중지해야 하며, 개선 조치가 완료되기 전에는 작업을 재개할 수 없다. 나아가 하청 노동자가 원청 사업주에게 직접 작업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도 신설되었다.
이러한 제도적 진전이 ‘서류상의 권리’에 그치지 않으려면 센의 통찰처럼 노동자의 경제적 안보가 함께 담보돼야 한다. 작업중지 기간 동안 하청 노동자의 임금 손실분과 협력업체의 손실 비용을 원청이 연대해 보전하는 구조적 책임이 확립돼야 한다. 노동자가 생계 박탈의 공포 없이 비판적 ‘안전 문해력(Safety Literacy)’을 바탕으로 기계의 전원을 내릴 수 있을 때, 작업중지권은 비로소 노동의 재정치화를 이끄는 생명의 방패가 된다.
SDG뉴스 = 이창언 우석대 교수/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ESG 코리아 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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