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언 우석대 교수의 ESG 시대⑥] 일터의 안전과 노동 인권을 말하다: 산업안전보건 규제 강화에 따른 기업의 책임과 예방 전략
미국의 산업안전보건 입법사에서 가장 중대한 분령(分嶺)을 이룬 ‘포괄적 의무조항(General Duty Clause)’은 모든 산업적 위험을 사전에 획일적인 법적 표준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에 대한 명민한 법적 해답이었다.
1970년 제정된 미국 산업안전보건법(OSH Act) 제5조(a)(1)항에 명시된 이 조항은, 구체적인 연방 기술 표준이 확립되지 않은 신흥 위험에 대해서도 "사망이나 심각한 신체적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인지된 위험이 없는 작업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포괄적 예방 책무를 사업주에게 부과한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이 조항의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위험의 실질적 존재, 업계의 위험 인지 여부, 심각한 상해 가능성, 그리고 실질적이고 유용한 개선 방법의 유무라는 고도로 구조화된 ‘4단계 테스트’ 체계를 가동한다.
이는 기업이 단순한 법조문 준수의 수동적 태도를 넘어, 스스로의 작업 환경을 과학적으로 진단하고 리스크를 통제하는 능동적 안전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법적 도구로 기능한다.
오늘날 이 포괄적 의무조항이 가장 시급하게 호출되는 영역은 바로 지구온난화가 초래한 ‘기후 불의(Climate Injustice)’와 ‘생태적 위험’의 현장이다. 세계기상기구와 국제노동기구(ILO)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노동자의 무려 71%가 극한의 열 스트레스(Heat Stress)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으며, 기후 재난은 결코 성중립적이거나 계급 중립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살인적인 폭염은 노동자의 심부 체온을 상승시켜 뇌의 인지 기능을 떨어뜨리고, 이는 건설 및 제조업 현장에서 치명적인 추락과 끼임 사고를 기하급수적으로 폭증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통계청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최근 분석은 이러한 구조적 위험을 고스란히 증명하는데, 2024년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폭염 등 자연재난 사망·실종자 121명 중 무려 108명(89.3%)이 건설 현장과 야외 도로 등에서 일하던 노동자 및 취약계층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신흥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자본시장과 선진국들은 위험성평가의 범주를 물리적 인자에서 기후·생태적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미국 OSHA는 2024년 온열지수가 90°F(약 32°C)에 도달할 경우 사업주가 강제적 휴식 시간, 그늘, 음수대를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온열 부상 및 질병 예방 표준’ 확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한민국 고용노동부 역시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를 통한 폭염 위험 요인 공유와 기상청 실시간 데이터를 연동한 동적 위험성평가 체계의 정착을 강력히 독려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의 안전보건경영은 단순히 서류상의 면피용 계획서에 머물 수 없다. 기업이 축적된 기후 리스크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업 배치 전 근로자의 건강 상태를 관리하고 실질적인 작업중단 기준을 거버넌스(G) 차원에서 제도화할 때, 비로소 자본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지탱하는 든든한 방파제로 거듭날 수 있다.
SDG뉴스 = 이창언 우석대 교수/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
https://www.sdg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50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