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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언 우석대 교수의 ESG 시대③] 일터의 안전과 노동 인권을 말하다: 산업안전보건 규제 강화에 따른 기업의 책임과 예방 전략

person ESG국가정책연구소 calendar_today 2026.10.03 10:57 visibility 조회 10

회사의 실적을 평가할 때 우리는 흔히 매출, 영업이익, 수주잔고 같은 숫자를 먼저 떠올린다. 전통적인 거시경제학 역시 국내총생산(GDP)이라는 단일 지표를 통해 국가의 성장을 측정해 왔다. 그러나 1968년 미국의 정치인 로버트 케네디(Robert F. Kennedy)가 날카롭게 지적했듯, GDP는 우리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측정한다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양적 성장의 맹목적인 흐름에 갇힌 경제지표는 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훼손과 소외를 비용 절감이라는 수사로 은폐하곤 했다. 이러한 성장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유엔 고위급 전문가 그룹이 주도하는 ‘Beyond GDP(GDP를 넘어)’ 이니셔티브가 본격화된 것은 지극히 필연적인 결과다. 

이 패러다임은 단순한 경제적 생산의 흐름을 측정하는 것을 넘어, 인간이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역량과 건강, 그리고 조직에 대한 신뢰를 국가와 기업의 진정한 자산(Stock)으로 재정의한다. 

이러한 규범적 전환점 위에서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은 기업의 장부상 지출이나 비용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적자본(Human Capital)’으로 당당히 격상된다. 

프랑스의 저명한 경제학자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가 주창한 사회적 자본론에 따르면, 구성원의 건강과 신뢰가 축적된 조직일수록 위기 상황에서 강력한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발휘한다. 

어떤 기업이 당장 올해의 재무적 실적을 높이기 위해 현장 인력을 지나치게 외주화하고 안전 투자를 아낀다면, 그 성장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반면 사람에 투자하고 안전한 일터를 유지하는 기업은 노동자의 몰입도를 높여 장기적으로 훨씬 더 건강한 재무적 성과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한다. 이는 산업안전보건이 단순한 사회적 의무가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자산임을 증명한다. 

인적자본을 투명하게 공시하고 관리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 또한 매우 구체화되고 있다. 인적자본 공시의 글로벌 표준인 ‘ISO 30414’는 2025년 개정판을 통해 단순한 지침 수준을 넘어 기업이 반드시 준수해야 할 ‘요구사항(Requirements)’으로 규범의 구속력을 한층 강화했다. 

이 표준은 조직의 보건, 안전, 웰빙을 고용 구조 및 보상 공정성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내는 ‘연결성(Connectivity)’을 핵심 가치로 강조한다. 

대한민국이 2026년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안전보건공시제 역시 이러한 글로벌 인적자본 프레임워크와 궤를 같이한다. 안전보건 정보를 비재무적 리스크 관리 체계의 핵심 지표로 다룸으로써, 기업은 “사람을 어떻게 고용하고, 어떻게 공정하게 보상하며, 어떻게 존엄하게 보호하고 있는지”의 총체적 건전성을 시장과 투자자 앞에 스스로 검증받게 된다.

숫자의 감옥에서 벗어나 인적자본 중심의 안전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 경영이 나아가야 할 지속가능한 노동(Sustainable Work)의 미래다.


이창언 우석대 교수/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 ESG 코리아 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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