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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언 우석대 교수의 ESG 시대④] 일터의 안전과 노동 인권을 말하다: 산업안전보건 규제 강화에 따른 기업의 책임과 예방 전략

person ESG국가정책연구소 calendar_today 2026.10.03 10:58 visibility 조회 9

선진국들은 획일적인 명령과 통제 위주의 정부 규제가 도리어 기업의 수동적인 태도를 양산하고 현장의 실질적 위험을 방치한다는 ‘법의 역설’을 진작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영국의 알프레드 로벤스 경(Lord Alfred Robens)이 이끄는 위원회는 1972년, 현대 산업안전보건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꾼 역사적인 ‘로벤스 보고서(Robens Report)’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의 철학적 심장은 “위험을 창출한 자(Risk Creator)가 위험을 통제하고 관리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자기규율 예방체계의 정립에 있었다. 국가가 일일이 미시적인 처방적 규칙을 정해주는 방식을 탈피하고, 기업이 스스로 작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어 개선 대책을 수립하도록 하는 목표 설정(Goal-setting) 방식으로의 대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이 자율규제 철학은 산업안전보건이 경영자 개인이나 기업의 지배구조(Governance) 리스크를 평가하는 핵심 기준임을 명시했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 산업 현장에서 자율 안전관리를 표방하는 ‘위험성평가’ 제도는 여전히 실무와 괴리된 채 형식적인 서류 작업에 머무는 구조적 한계를 보이고 있다. 2024년 12월 기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유죄 판결 사례를 살펴보면, 전체 확정 사건 22건 가운데 무려 86.4%에 달하는 19건이 위험성평가 관련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적발됐다. 대기업조차 처벌 회피용 문서 생산에만 치중할 뿐, 현장 위험을 실질적으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특히 건설 현장의 83.9%는 실질적인 위험원 발굴 없이 아침 조회 시간 15분 내외의 TBM(작업 전 안전점검회의) 서명지에 노동자들의 서명을 받는 요식행위로 위험성평가를 일방적으로 대체하고 있다. 이러한 관행적 태만은 자율규제라는 제도의 본질을 훼손하고, 노동자의 생명안권을 자본의 행정적 면피 수단으로 격하시키는 심각한 구조적 모순이다. 

이러한 ‘실천의 공백’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2026년 공포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위험성평가 제재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 과거 강제성이 부족했던 위험성평가 제도를 정비해 미실시 사업장에는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직접 부과하도록 했으며, 근로자 미참여나 결과 미공유 시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신설했다. 상시 50인 이상 사업장은 2027년 1월 1일부터,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은 2028년 1월 1일부터 제 제도가 단계적으로 전면 적용된다. 

정부와 기업은 평가 방식의 무분별한 간소화로 인한 제도 하향 평준화를 경계해야 한다. 위험성평가가 법적 서류 대행자들의 유희가 아닌 실질적 변화 관리 도구가 되도록 노사가 함께 작업 전 TBM을 활성화하고 예방 투자 예산을 직접 배분해야 한다. 노동자가 통제의 대상이 아닌 위험관리의 주체로 우뚝 설 때 비로소 일터의 자율 예방 시스템은 비극을 막는 살아 움직이는 엔진이 된다.

 

SDG뉴스 = 이창언 우석대 교수/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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